아우리의 일기 5
녀석이 봉인된 후, 난 사방팔방을 뛰어다니고 나서야
비로소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.
그들에겐, 이미 문명을 부흥하고 유지할 정도의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.
간신히 살아 남은 생존자들이 다음 세대로, 또 다음 세대로.
그 가녀린 불꽃을 후세로 이어가는 것밖에는, 선택지가 없었다.
난 문명도 첨단 교통 수단도 모두 잃은 인간들을 대신해
천양향에서 살아 남은 백성들을 이끌어 가기로 마음먹었다.
하지만 그 전에, 할 수 있는 일을 해 둬야만 한다.
……언젠가, 그 재앙은 재림할 것이다.
녀석은 봉인되었음에도, 자신이 봉인된 세계수를 지금도 먹어치우고 있다.
그때는 언젠가 반드시 찾아 온다. 몇천 년 후가 되더라도, 반드시.
나로서는 불가능했다.
녀석을 토벌하는 자는, 오직 인간이어야 할 것이다.
……인간과 함께 싸운 팰 중에서도, 살아 남은 이가 있었다.
그랜웰. 먼 옛날부터 대해를 수호해 온 일족이다.
그 일족을 필사적으로 찾은 끝에, 빈사에 빠진 어머니와 자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.
……어머니 쪽은,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었다.
어머니의 힘을 빌려, 힘 없는 자가 세계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
결계를 치기로 했다.
세계수 안에서 계속 싸워 나가기로 한 이들 역시……
내 결정에 동의해 주었다.
어머니는 마지막 힘으로 결계를 만든 후, 내게 아이를 맡겼다.
먼 미래, 재앙을 토벌할 이가 나타날 때. 그 아이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도록.
그리고 나 또한, 길잡이가 되어야만 한다.
그것이야말로, 이 재앙에서 살아 남은 내게 남겨진
존재 의의이자 책임이니까.